인생 첫 안무 창작 회고
난생 처음으로 내가 직접 창작한 안무를 완성했다. 스스로 창작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고, 춤은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했다. 학부 시절, 서양미술사 교양 강의를 무려 3수강 한 이력이 있는 사람으로써(...), 내가 시각적인 구성, 특히 '보기에 아름다운 것'(소위 미감이라고 부르는 것)에 매우매우 둔감한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. 보는 눈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멋진 것을 더 예민하게 알아챌 수 있고, 알아챈만큼 더 깊게 동경할 것이고, 그러면서 예민하게 알아챈 것들을 따라하고 닮아가면서 창작을 하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짐작했다. 보는 눈이 좋으면 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고 / 더 잘 그리게 되고, 듣는 귀가 좋으면 더 음악을 만들고 싶어하고 / 더 멋진 음악을 만들게 되고, 그렇지 않을까? 그리고 안무를 창작한다는 건 결국 살아움직이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니, 시각적인 것에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.
어설프지만 직접 안무를 만들어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. 안무를 조형적/시각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, '추는 사람이 어떤 것을 느끼는지'가 곧 안무의 목적이자 의미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. 적어도 나에게는, 바닥을 구를 때 바닥과 내 몸이 닿는 촉각, 힘껏 점프를 할 때 숨이 차오르는 것, 팔을 휘두르면서 내가 만들어낸 바람의 촉각, 뒤돌아섰을 때 내 시각에 담긴 풍경이 달라지는 것 등등, 그런 감각을 내가 직조해내는 과정이었다. 물론 시각적인 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.
이런 감각은 춤을 '직접 추는' 사람이 느끼는 감각들이다. 내가 시각적인 것보다, 춤을 출 때의 각종 감각들에 더 집중해왔기 때문에, 춤을 보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하고 추는 것만 좋아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. 다만, 이런 감각은 보통 춤을 추는 당사자만이 느끼고 보는 사람은 느낄 수가 없다. 말하는 사람만 이해하고 듣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면 그건 대화라고 부를 수는 없다. 물론 그래서, 나는 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추는 것이, 아무리 어설프고 부끄럽더라도 모두 직접 춤을 추는 것이 곧 춤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. 그렇다 해도 모두가 직접 춤을 추는데 서로의 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면 불행할 것 같다. 기깔난 글을 쓰고 아무도 보지 않는 편보다 어설픈 글을 쓰더라도 읽고 읽히는 편이 더 재미있을테다.
어떻게 하면 춤을 출 때의 감각을 춤을 추고 있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공유하고 공감하게 할 수 있을까?